[MLB스코프] 아메리칸리그 주요 수상자 정리
도널슨 ⓒ gettyimages/멀티비츠 |
시카고 컵스가 내셔널리그에서 집안 축제를 열었다면 아메리칸리그는 휴스턴이 겹경사를 맞았다. 휴스턴은 신인왕을 차지한 카를로스 코레아에 이어 댈러스 카이클이 사이영상 투표에서 가장 높은 총점을 얻었다. 휴스턴이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주최하는 시상에서 같은 해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창단 이래 처음이다. 아메리칸리그는 각 부문 수상자들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팀에서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리그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는 개인 수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를 주름잡은 수상자들을 알아봤다.
AL MVP 투표 결과 (총점)
1. 조시 도널슨 (385)
2. 마이크 트라웃 (304)
3. 로렌조 케인 (225)
4. 매니 마차도 (158)
5. 댈러스 카이클 (107)
6. 넬슨 크루스 (94)
7. 애드리안 벨트레 (83)
도널슨은 2013-14년 동안 오클랜드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2년간 올린 fWAR 14.1은 팀 야수진 2위 제드 라우리(5.4)를 크게 웃도는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빌리 빈 단장은 지난 겨울 도널슨을 돌연 트레이드 했다. 토론토로부터 3루수 자리를 즉시 메워줄 수 있는 브렛 로우리를 비롯해 세 명의 유망주(켄달 그레이브먼, 션 놀린, 프랭클린 바레토)를 받아왔지만, 2019년은 되어서야 FA 자격을 얻는 도널슨을 파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로우리는 도널슨보다 1년 더 빨리 FA 자격을 가진다).
트레이드에 대한 의문점이 증폭한 가운데 지난시즌 중 도널슨과 빈이 '휴식일'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저명한 현지 칼럼니스트 스캇 밀러에 의하면 도널슨이 "며칠 쉬고 싶다"는 입장을 보이자, 빈은 "그렇다면 부상자 명단에 올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빈은 이 소문을 부정했다. 도널슨의 트레이드는 자신이 늘 고수하던 일반적인 트레이드였다는 뜻이다(빈은 선수의 가치가 가장 높을 때가 트레이드 적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떠나서 이번 트레이드는 빈의 오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론토에 합류한 도널슨은 마치 보란듯이 대폭발했다. 오클랜드에서 2년간 친 53홈런의 77.4%를 토론토 첫 시즌에 몰아쳤다. 토론토 3루수가 40홈런 고지를 밟은 것은 2000년 토니 바티스타(41홈런)에 이어 두 번째.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선보인 도널슨은 리그 득점왕(122)과 타점왕(123)을 모두 독차지했다. 122득점은 1999년 숀 그린(134득점)에 이은 한 시즌 팀 역대 2위 기록으로, 토론토 타자가 리그 득점왕에 오른 것은 도널슨이 처음이다. 보다 타자친화적인 팀으로 오게 된 도널슨은 이적 후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비중 변화 34.6%→37.1%). 특히 포심과 싱커, 체인지업을 상대했을 때 장타율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포심 .527→.684/싱커 .422→.602/체인지업 .612→.830). 몸쪽 공 대처가 좋아진 부분도 특기할만한 요인이다(.276→.330).
도널슨의 성적 변화
14 : .255 .342 .456 29홈 093타 fWAR 6.5
15 : .297 .371 .568 41홈 122타 fWAR 8.7
도널슨의 진가는 클러치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도널슨은 올 시즌 가장 많은 끝내기 홈런(3)을 때려냈다(크리스 브라이언트 외 여섯 명 2홈런). 최근 3년간 친 끝내기 홈런 7개는 2위 그룹에 속한 타자들보다 두 배 이상 많다(3홈런). 올 시즌 팀에 리드를 안기는 안타(34) 역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맷 켐프 29안타). 도널슨은 중요도가 높은 하이 레버리지 조건(100타석 이상)에서 보가츠(.391) 모어랜드(.373) 케인(.360) 지아보텔라(.359) 호스머(.354)와 함께 높은 타율을 자랑했다(.351). 참고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1위는 앤서니 리조(.408)이며, 내셔널리그 2위이자 메이저리그 3위는 강정호다(.378).
도널슨은 풀타임 데뷔 후 MVP 투표에서 2위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한 괴물을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트라웃 MVP 투표 순위 2위→2위→1위→2위). MVP로 뽑힌 토론토 선수는 도널슨이 두 번째(1987년 조지 벨). 트레이드 직후 MVP 시즌을 이룬 선수는 도널슨이 역대 10번째다. 3루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6번째로 앞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알 로젠, 브룩스 로빈슨, 조지 브렛, 알렉스 로드리게스, 미겔 카브레라).
트레이드는 선수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전자에 속했던 도널슨은 강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새 출발을 창대하게 했다. 도널슨으로선 <머니볼>의 명대사처럼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시즌이었다.
AL 사이영상 투표 결과
1. 댈러스 카이클 (186)
2. 데이빗 프라이스 (143)
3. 소니 그레이 (82)
4. 크리스 세일 (30)
5. 크리스 아처 (29)
6. 웨이드 데이비스 (10)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2년 연속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지난해 사이영상을 수상한 코리 클루버는 2012년까지 통산 평균자책점 5점대에 그친 투수였다(5.35). 올해 사이영상 계보를 이어간 카이클도 마찬가지였다. 카이클은 2013년까지 통산 평균자책점이 5.20에 불과했다. 심지어 데뷔시즌에는 85.1이닝을 던지면서 삼진(38)보다 볼넷(39)을 더 많이 내주는 답답한 투수였다.
카이클이 달라진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지난해였다. 마지막 11경기 3승3패 2.37(피안타율 .228)의 활약으로 에이스로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올해는 좀더 단단해진 피칭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반열에 올라섰는데,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의 승리로 20승째를 따냈다. 휴스턴은 2005년 로이 오스왈트(20승) 이후 10년만에 가져보는 20승 투수. 카이클은 다승을 포함해 이닝(232) 퀄리티스타트(27) 등 각종 투수 지표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홈 18경기에서 15승무패 1.46의 성적을 기록, '홈 14승 이상 무패' 라는 최초의 역사를 작성했다(원정 15경기 5승8패 3.77).
카이클의 성적 변화
14 : 12승9패(200) 2.93/1.18/.248 fWAR 3.8
15 : 20승8패(232) 2.48/1.02/.216 fWAR 6.1
카이클 ⓒ gettyimages/멀티비츠 |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크 아리에타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 중 10번째로 빠른 공을 던졌다(평균 94.6마일). 강력한 구위가 동반된 공에 힘입어 메이저리그 두 번째로 강한 타구를 잘 억제해냈다(22.2%). 이미 눈치 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올 시즌 아리에타보다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비중이 더 낮은 유일한 투수가 바로 카이클이다(21.2%). 그런데 카이클은 아리에타와 달리 메이저리그 선발 중 14번째로 느린 공을 던진 투수다(89.6마일). 그렇다면 카이클이 강한 타구를 피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카이클의 투심은 보통 투심과 다른 궤적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투심이 같은손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암사이드 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카이클은 이 움직임은 덜하나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는 싱커성 투심을 던진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땅볼유도를 잘하는 투수로 거듭났는데(땅볼유도 61.7% 리그 1위) 올해는 제구까지 한층 정교해지면서 장타를 때려내기 더 힘든 투수가 됐다(피장타율 .314 리그 1위).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다듬은 슬라이더도 카이클이 무서운 투수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슬라이더 피안타율 .115).
올시즌 슬라이더 구종가치 (탈삼진)
1. 리리아노 : 23.1 (139삼진)
2. 아처 : 22.7 (179삼진)
3. 로스 : 22.6 (149삼진)
4. 그레인키 : 18.6 (76삼진)
5. 카이클 : 18.0 (92삼진)
6. 범가너 : 16.8 (64삼진)
7. 커쇼 : 15.3 (95삼진)
카이클은 1986년 마이크 스캇, 2004년 로저 클레멘스에 이어 사이영상을 거머쥔 세 번째 휴스턴 투수가 됐다. 게다가 MVP 투표에서도 4위표 세 장, 5위표 여덟 장, 6위표 다섯 장, 7위표와 8위표 각각 한 장과 세 장씩을 받아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휴스턴 투수가 MVP 투표 5위권에 진입한 것은 카이클이 처음이다. 수비를 가장 잘하는 투수로도 정평 나 있는 카이클은 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사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유망주 시절 최고 입지는 팀 내 21위. 카이클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균 이하의 투수였다. 하지만 보기 드문 유형의 투수로 변신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별 볼 일 없었던 무명의 투수는, 그렇게 리그에서 가장 특별한 투수로 발돋움했다.
AL 신인왕 투표 결과
1. 카를로스 코레아 (124)
2. 프란시스코 린도어 (109)
3. 미겔 사노 (20)
4. 로베르토 오수나 (8)
5. 빌리 번스 (6)
관심을 모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은 치열한 경쟁 끝에 코레아가 주인공이 됐다. 코레아는 1위표 17장을 받아 1위표 13장을 가져온 린도어를 간신히 따돌렸다. 휴스턴 출신 신인왕은 1991년 제프 배그웰에 이어 코레아가 두 번째. 코레아와 똑같은 경기 수(99)를 기록한 린도어는, 타율, 출루율, fWAR 등에서 앞섰지만 코레아가 선보인 파괴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코레아 & 린도어 성적 비교
코레아 : .279 .345 .512 22홈 68타 fWAR 3.3
린도어 : .313 .353 .482 12홈 51타 fWAR 4.6
코레아 ⓒ gettyimages/멀티비츠 |
루나우는 휴스턴 단장 부임 후 처음 주관한 2012년 드래프트에서 코레아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불렀다. 코레아가 대형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갈 재목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러한 루나우의 생각과 달리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휴스턴이 돈을 아끼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코레아는 휴스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메이저리그에 한걸음씩 다가갔다. 휴스턴도 코레아를 승격시키는 데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 올 시즌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6월초 코레아를 곧바로 불러올렸다. 올해 처음 더블A/트리플A 무대(도합 53경기)를 경험한 코레아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를 당시 20세259일로 전체 야수 가운데 가장 어렸다(투수를 포함하면 20세60일의 토론토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
코레아는 다시 한 번 휴스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가장 많은 홈런(22)을 때려냈다(브랜든 크로포드 21홈런). 20세 유격수가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을 넘긴 것은 코레아 이전 1996년 알렉스 로드리게스(36홈런)밖에 없다. 코레아는 데뷔 후 21경기째부터 부담감이 큰 중심타선 자리를 굳건히 지켰는데, 휴스턴의 경기당 평균득점도 코레아가 승격한 이후로 상승했다(4.2득점→4.7득점). 100경기도 채 뛰지 않은 코레아는 팀 신인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은 타점(68)을 올렸다(1위 1991년 배그웰 82타점). 162경기로 환산할 시 111타점으로, 리그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페이스다.
휴스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호세 알투베는 이제 막 첫 시즌을 치른 코레아를 두고 "우리 팀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웠다(알투베는 코레아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전에 그의 라커룸을 미리 챙기기도 했다). 유망주 시절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자주 비교된 코레아는, 경쟁 구단 관계자로부터 "뛰어난 성품을 갖춘 에이로드"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 관계자는 덧붙여 "향후 10년 이상 야구계를 지배할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코레아는 이 예상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일단 처음 내딛은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AL 감독상 투표 결과
1. 제프 배니스터 (112)
2. A J 힌치 (82)
3. 폴 몰리터 (33)
4. 존 기븐스 (22)
5. 조 지라디 (12)
6. 네드 요스트 (8)
7. 마이크 소시아 (1)
아메리칸리그 감독상은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배니스터의 몫이었다. 과거 배니스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츠버그가 암흑기를 탈출하는 데 일조한 인물. 텍사스는 클린트 허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배니스터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배니스터는 희망을 가지고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내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팀의 에이스인 다르빗슈가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올 시즌을 놓치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도 선수들의 줄부상 때문에 발목을 잡힌 텍사스는, 올해도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배니스터의 지도력은 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텍사스는 지구 최하위는 물론, 58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선두와 8경기차가 벌어진 3위에 머무르는 등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결국 지구우승을 이뤄내는 기적을 일으켰다. 지난해 대비 거둔 21승은 아메리칸리그 팀 중 최다. 배니스터는 부임 첫 해 지구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최초의 텍사스 감독이 됐다. 텍사스 지휘봉을 쥔 인물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1996년 자니 오츠, 2004년 벅 쇼월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루키 감독의 수상은 1986년 할 레니어(휴스턴) 1993년 더스티 베이커(샌프란시스코) 2006년 조 지라디(플로리다) 2014년 맷 윌리엄스(워싱턴)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감독 첫 해부터 높은 성과를 거뒀지만, 배니스터의 역량에 대해 여전히 의심을 품는 시선도 있다. 막판 대질주는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컸으며, 후반기 개선된 불펜진 역시 배니스터보다 대니얼스 단장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시즌 중 선수와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명장으로 불리기엔 거리가 멀었다(위에 언급된 맷 윌리엄스도 한 시즌만에 재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가 그렇듯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감독 또한 없다. 배니스터는 한 시즌 동안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 경험이 진정한 감독으로 성장하는 도약대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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