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스코프] 내셔널리그 주요 수상자 정리
![]() 드디어 폭발 ⓒ gettyimages/멀티비츠 |
내셔널리그 수상 내역은 7년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시카고 컵스의 축제였다. 컵스는 신인왕을 거머쥔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시작으로, 조 매든이 감독상, 제이크 아리에타가 사이영상을 휩쓸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주관하는 네 개의 수상 중 한 팀이 세 개 이상을 따낸 것은 컵스가 13번째다. 컵스 이전에 이러한 팀은 2001년 시애틀이 있었다(신인상, MVP 이치로/감독상 루 피넬라). 컵스의 세 인물을 포함 올 시즌 내셔널리그를 수놓은 수상자들을 살펴봤다.
NL MVP 투표 결과 (총점)
1. 브라이스 하퍼 (420)
2. 폴 골드슈미트 (234)
3. 조이 보토 (175)
4. 앤서니 리조 (162)
5. 앤드류 매커친 (139)
6. 제이크 아리에타 (134)
7. 잭 그레인키 (130)
지난해 손가락 부상이 겹치면서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하퍼는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가 되는 듯 했다. 심지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과대포장 된 선수'로 꼽혀 체면을 구겼다. 하퍼의 정체기는 리그를 폭격 중인 마이크 트라웃과 비교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퍼는 2014년에 겨우 21세 시즌을 보냈다. 미키 맨틀과 같은 나이(19세)에 데뷔하고도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선수가 바로 하퍼였다(맨틀 13홈런/하퍼 22홈런). 더욱이 하퍼는 올 시즌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보다 더 어린 투수를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지난 6월11일이 되어서야 자신보다 147일 늦게 태어난 제이콥 린드그렌을 상대했다). 3년차 시즌을 마친 하퍼는 조용히 성장하고 있었다. 간혹 무리한 플레이에서 비롯되는 부상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퍼는 "모두가 내게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해 주변을 안심시켰다.
올 시즌 하퍼는 데뷔 후 처음으로 140경기 이상 출전했다(153경기). 스스로도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으로 건강을 꼽았다. 하지만 하퍼의 발전을 이끈 요소는 건강만이 아니었다.
하퍼의 성적 변화
14 : .273 .344 .423 13홈 32타 fWAR 1.4
15 : .330 .460 .649 42홈 99타 fWAR 9.5
하퍼는 홈런, 득점, 출루율, 장타율, OPS에서 모두 리그 선두를 차지했다. 내셔널리그에 이처럼 압도적인 타자가 등장한 것은 프리먼이 빗댄 본즈 이후 처음이다. 한 시즌 40홈런과 OPS 1.100을 동시에 돌파한 타자는 2009년 앨버트 푸홀스가 마지막. 하퍼와 같은 나이(22세)에 이 기록을 달성한 타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명 뿐이다(1941년 테드 윌리엄스 37홈런 OPS 1.287). 조정 득점창조력(wRC+) 197은 역시 2004년 배리 본즈(233) 이후 가장 높았다(하퍼는 9월말까지 이 부문 206을 기록했지만 마지막 11경기 .162 .340 .324 부진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수비에서도 런세이브 10을 기록하며 말그대로 공수에서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2013년 +5/2014년 -1).
MVP 투표는 팀 성적을 반영하는 것이 정설이다. 워싱턴은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하퍼의 결점이 될 수는 없었다. 하퍼는 1위표 30장을 모두 독차지하며 몬트리올/워싱턴 역사상 첫 MVP 수상자가 됐다.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팀에서 MVP를 배출한 것은 2008년 세인트루이스가 있었다(푸홀스).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의 나이가 22세353일이었던 하퍼는, 네 번째로 어린 나이의 MVP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1971년 바이다 블루 22세64일).
지금까지 하퍼는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더 주목을 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기량을 만개하며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시즌 전 자신을 과대포장 된 선수로 뽑은 응답자들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날린 시즌이었다.
NL 사이영상 투표 결과
1. 제이크 아리에타 (169)
2. 잭 그레인키 (147)
3. 클레이튼 커쇼 (101)
4. 게릿 콜 (40)
5. 맥스 슈어저 (32)
6. 매디슨 범가너 (8)
세 후보 중 누가 타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아리에타가 승리했다. 아리에타는 근소하게 그레인키를 따돌리고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 영광을 안았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이처럼 접전으로 진행된 사례는 2009년이 있었다(당시 린스컴이 총점 100점, 크리스 카펜터가 94점, 웨인라이트가 90점을 얻었다). 컵스 투수가 사이영상을 따낸 것은 역대 다섯 번째. 아리에타는 퍼거슨 젠킨스, 브루스 수터, 릭 서클리프, 그렉 매덕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로써 내셔널리그는 지난 2년간 이어온 클레이튼 커쇼의 천하가 막을 내렸다. 중부지구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은 것은 정확히 10년만이다(2005년 크리스 카펜터).
사실 아리에타의 질주는 지난해 예견된 상태였다. 2013시즌 중반 컵스로 트레이드 된 아리에타는, 5월부터 선발로 등판하면서 존재감을 뽐냈다. 메이저리그에서 150이닝을 넘긴 것은 데뷔 후 처음. 하지만 무시무시한 전반기(13경기 5승1패 1.95)에 비해 후반기에는 주춤했는데(12경기 5승4패 3.10) 시즌 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부분을 인정했었다. 이에 오프시즌에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구성과 유연성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 노히터 달성 직후 ⓒ gettyimages/멀티비츠 |
약점을 보완한 아리에타는 거침 없었다. 지난해 흔들린 후반기에는 생애 첫 노히터를 달성하는 등 전반기보다 되려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전반기 10승5패 2.66/후반기 12승패 0.75). 후반기 선발 15경기 이상 등판해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아리에타가 처음이다. 후반기 유일한 패전은 7월26일 필라델피아전으로, 그 경기에서 상대선발 콜 해멀스(현 텍사스)는 노히터를 이뤄냈다. 이후 375명의 투수들이 패전을 당하는 동안 아리에타는 패전투수가 되지 않았다. 8월부터는 더욱 기세를 끌어올렸고, 정규시즌 마지막 22이닝은 무실점으로 끝마쳤다. 7월31일에 컵스로 건너온 댄 해런은 "내가 이 팀에 온 이후 그가 허용한 자책점은 단 4점이다"는 말로 아리에타의 활약에 경의를 표했다(해런은 컵스 데뷔전에서만 4실점했다). 또한 아리에타는 6월22일 미네소타전부터 2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도 성공해 1933년 론 워너키(17경기)를 넘어 새로운 팀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1967-68년 밥 깁슨의 최고 기록(26경기)을 넘보는 아리에타의 이 도전은 아직 유효하다.
아리에타의 성적 변화
14 : 10승5패(156.2) 2.53/0.99/.157 fWAR 5.0
15 : 22승6패(229.0) 1.77/0.86/.184 fWAR 7.3
크리스 보지오 코치와 투수판을 밟는 위치, 팔 동작을 수정하면서 디셉션 효과를 강화한 아리에타는, 컵스 이적 후 정신적으로 재무장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슬라이더와 커터의 조화, 슬러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 뿐만이 아니라 정신력도 강화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실천하는 행동으로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TCU)에서 스포츠 심리학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이 훈련이 심신 안정과 자신감을 심어줬다(맷 카펜터, 앤드류 캐시너, 브랜든 피네건도 이 프로그램을 들었다).
만년 유망주로 잊혀지는 듯 했던 아리에타는 각고의 노력으로 정점에 올라섰다.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선수가 아니었기에 아리에타가 거둔 성공은 더 짜릿했다. 다소 뒤늦게 본 빛. 하지만 그만큼 올 시즌 아리에타가 낸 빛은 찬란했다.
NL 신인왕 투표 결과
1. 크리스 브라이언트 (150)
2. 맷 더피 (70)
3. 강정호 (28)
4. 노아 신더가드 (16)
5. 저스틴 보어 (4)
올해는 양 리그 신인왕 최종 후보 3인이 모두 타자들일 정도로 훌륭한 타자 유망주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가운데 1위표를 모두 받아낸 선수가 있었으니, 시즌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은 브라이언트였다. 내셔널리그에서 만장일치 신인왕이 탄생한 것은 2011년 크렉 킴브럴 이후 4년만으로, 타자를 찾으려면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또 푸홀스). 컵스 유니폼을 입은 신인왕은 브라이언트가 여섯 번째다(빌리 윌리엄스, 켄 허브스, 제롬 왈튼, 케리 우드, 지오바니 소토).
서비스타임 문제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브라이언트는 4월 중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컵스는 브라이언트를 12일 동안 마이너리그에 머무르게 하면서 FA 취득 시기를 2021년으로 늦췄다). 메이저리그 승격 이후에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는데, 7월3일 전까지 68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브라이언트는 작 피더슨과 더불어 신인타자 중 가장 많은 경기(151)에 등장했으며, 가장 많은 타석(650)에 들어서면서 경험을 쌓았다(맷 더피 612타석). 첫 20경기 동안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시즌 26홈런으로 1961년 빌리 윌리엄스(25홈런)를 내리고 컵스 역대 신인 최다홈런 타자가 됐다. 99타점 또한 컵스 신인 최다타점 기록(종전 윌리엄스, 소토 86타점). 시즌 전 불안요소로 지적받은 3루 수비는 개리 존스 내야 인스트럭터와 구슬땀을 흘린 결과 런세이브 +3을 찍을 정도로 견고해졌다(특히 송구 능력이 좋아졌다). 공격과 수비, 여기에 베이스런닝까지 빼어나다고 평가받은 브라이언트는,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fWAR 6.5를 남겼다. 3루수 중 브라이언트보다 높은 fWAR을 기록한 선수는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자 조시 도널슨(8.7)과 이 부문 4위에 오른 매니 마차도(6.8)밖에 없다.
브라이언트는 시즌 중반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습도 보여줬다. ESPN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는 후반기부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리글리필드에 적응하고자 스윙 궤적을 바꿨다. 뜬공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 7월 26경기 .168 .270 .368 부진을, 나머지 58경기에서 .323 .400 .567로 만회한 것이 변화가 맺은 결실이었다. 존 말리 코치는 이러한 브라이언트에 대해 "설령 최악의 경기를 남겨도 타석에 들어서는 걸 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늘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며, 조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199)을 당한 브라이언트는 분명 약점도 존재하는 선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약점보다 더 많은 강점을 드러낸 고무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브라이언트는 스스로가 완벽한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라이언트가 갖춘 최고의 툴은 늘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는 '인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팬들이 첫 시즌부터 그에게 열광한 이유이기도 했다(브라이언트는 유니폼 판매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NL 감독상 투표 결과
1. 조 매든 (124)
2. 마이크 매시니 (87)
3. 테리 콜린스 (49)
4. 클린트 허들 (8)
5. 브루스 보치 (1)
5. 돈 매팅리 (1)
시즌 최다승 팀(100승)을 이끈 매시니와 메츠를 9년만의 지구우승 팀으로 만든 콜린스가 경쟁자로 나섰지만, 2년 연속 최하위 팀을 단숨에 97승 팀으로 탈바꿈시킨 매든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매든은 2008년, 2011년에 이은 개인 통산 세 번째 감독상 수상. 1983년 처음 감독상이 생긴 이래 매든보다 더 많은 상을 받은 감독은 토니 라루사와 바비 콕스(이상 4회) 두 명 뿐이다(루 피넬라, 벅 쇼월터, 더스티 베이커, 짐 릴랜드 이상 3회).
탬파베이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매든은 컵스가 대단히 공을 들여 모셔온 인물이다. 과거 매든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컵스 수뇌부는 팀의 최종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려면 매든이라는 조각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에 5년 25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발빠르게 매든을 영입했다(이 과정에서 탬퍼링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팀 분위기가 탬파베이와 비슷한 컵스는, 매든의 노련한 운영 속에 갈수록 강력한 팀이 됐다. 마지막 44경기에서 거둔 30승은 같은기간 메이저리그 최다승. 전년 대비 쌓은 24승도 메이저리그 팀 중 가장 많았다(텍사스 21승). 컵스는 시즌 전체를 봐도 월간 승률에서 단 한 번도 5할대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4월 .600/5월 .500/6월 .519/7월 .556/8월 .679/9월 .679/10월 1.000). 비록 같은 지구에 전교 1등과 2등이 모여 있는 바람에 지구 3등을 해야 했지만, 컵스의 등수는 전교에서도 3등이었다.
매든은 특유의 유쾌함을 뽐내면서도 필요할 때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시즌 중 스탈린 카스트로가 부진하자 주저하지 않고 벤치에 앉힌 것이 하나의 예다. 영혼의 파트너로 불렸던 앤드류 프리드먼은 빅마켓 구단에서 보낸 첫 시즌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반면 매든은 자신이 빅마켓 팀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감독임을 입증한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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