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를 아시나요…

철 학 2015. 3. 31. 02:25

설리를 아시나요…


 


나는 책을 좋아한다. 읽지는 않을지라도 가까이 두기를 좋아한다. 마치 음악을 듣듯이 내게는 만지지 못하더라도 포근해서 좋다. 우리 가족이 프랑스에 온지가 상당하다. 처음에는 나만 이어서 집사람이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그리고 셋.. 집사람은 자주 우리가 한국에서 살았으면 세 아이를 가질 생각이나 했을까 하고 묻고 나도 그에 화답하는 낙으로 살아간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없는 돈에 책 수집에 광분해도 용서해준다. 그땐 참 다행이다 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한다.


오늘은 설리가 갑자기 생각이 나 그의 책을 찾아보았다. 웬 설리 그 걸그룹의 멤버, 아니 다른 설리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설리(1942-1923)를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영국은 기계에 이어 인간의 심리도 마치 기계처럼 다룰 수 있다고 보았는지 심리를 도표로 나타내어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을 도량화시키려고 하였다. 이런 경향은 수없이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데 프로이트도 조금은 다른 경우지만 그런 연구를 했었고 현재 미국에서 발달한 심리학은 모두 이런 신화를 기정사실화해서 우린 그냥 믿고 지낸다. 하지만 이에 반대한 소수의 학자들이 있었고 그 중 내가 전공한 베르그송이라는 학자는 정면으로 이런 경향을 비판하는 논문을 박사학위를 위해 제출했고 이 논문은 나를 평생 책의 길로 인도한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이 책과 도덕경은 나를 이 세상에서 버티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베르그송이 출간한 한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현재 2000권 정도의 책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은 30권이 채 되지 않고 (워낙 운송비가 비싸서) 나머지는 전부 프랑스어로 된 책이다. 전국을 돌면서 책을 구하려 다녔다. 처음부터 여기 거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가지고 가서 볼 책들을 구하러 다녔다. 물론 얼마 후에 여기서 살기로 결정하며 그런 책 여행은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땐 그랬지..


오늘 소개할 이 책은 1883년에 나온 책이다. 런던에서 발간된 Illusions(1981)이라는 책으로 심리적 연합론을 펼치는 책으로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심리적 기계론자들에게 칭송되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구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친구가 거주하는 리용(Lyon)이라는 곳에 헌책방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도 만날 겸 갔었다. 정말 큰 도시답게 책방이 참 많았고 특히 사고 싶은 책은 왜 그리 많은지 그러다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1883년에 베르그송이 프랑스어로 변역해서 발견한 그의 책 출판물로 지금은 아주 귀한 책이다. 그런데 아주 싸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기에 두말 않고 구입을 했다. 이유는 이 책에는 변역자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아서 연도에 따른 가격만을 책값에 반영했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누가 번역한 무슨 책인지 어찌 알겠는가..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집사람하고 19세기에 발간된 귀한 책이라고 비닐로 잘 싸두었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 소개해본다.  이 책을 번역할 당시 베르그송은 수입이 없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의 학설과는 반대되는 이 책을(그의 논문에서 신랄히 비판하는 제물이 됨) 그때 유행하는 시류에 타서 번역을 하곤 그의 지도 교수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으나 1887년에 한 교수에 의해 좋은 책으로 소개되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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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 la jo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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